(2006. 3. 24. 오전 9시 22분. 기차 안)
기차에 올라탔다. 39일 만에. 평택역에서 논산역으로 오는 기차를 타고 육훈에 온지 5주만에 연무대역에서 군용기차를 타고 화랑대역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기차 안에서 먹을 군용 식략을 배급하고 있다.
오늘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끝도 없다. 그토록 기다리던 3월 24일, 카투사로서의 훈련을 시작하는 날, ‘내 손으로’ 바느질해서 엉성하게 붙어있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기차에 올라타니 밀려오는 자유의 감동. 하하.
오늘의 점심은 ‘군용식량 전투용 I형’ 이었다. 정말 맛 없다. 전쟁이 안 나야 하는 이유는 정말 수만가지이다.
(오후 1시 22분) 방금 수원역을 지나쳐 갔다.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여기서 내려서 10번 버스를 타면 용인터미널로 간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사회. 분명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 걸까.
일장춘몽. 정말 하룻밤의 꿈 같다. 5주간의 육훈에서의 생활이 분명 머리속의 기억으로는 남아있지만 마음은 다시 두 달 전의 내가 되어 있다. 나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다. 매달 몇 번씩 했듯이 지금도 대전역을 지나 수원역까지 기차를 타고 왔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군복을 입고 군번줄을 목에 걸고 있다는 것뿐.
KTA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306 보충대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었다. 그냥 루머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맞는 것 같다.(=> 다행히 우리 기수는 KTA로 바로 들어갔다. 306을 거친 기수도 있다는데 카투사라고 일을 엄청 부려먹어서 힘들지만 거기 들어온 훈련병들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하하)
서울이다. 63빌딩, 쌍둥이 빌딩, 한강, 남산타워, 그리고 151번 버스를 보았다. 용산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지나치고 있다. 용산역에 여고생들이 한 다발 모여 있는데 우리가 손을 흔들었더니 예쁘장하게 생긴 한 명이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그러자 다들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이것이 군대다. 하하하.
가정집에서 중학생이 가방을 메고 나오는 것이 보인다. 중학교 때가 생각난다. 왕십리역이다. 한양대생들은 자기네 학교 봤다고 좋아하고 있다.
청량리역이다. A와 강원도(경포대와 춘천) 여행갔던 때가 생각난다. 신이문을 지났다.
성북역에서 대학생들이 MT를 가고 있다. 광운대생들일 것 같단다. 06학번…
점점 화랑대로 가고 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날 때다. 다시 나의 현실로, 군인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다시 보는 그 날까지 사회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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