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솔직히 말하자면,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도 아닌, TV 드라마에서 진지하게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부끄럽다. 아마 고상해 보이려고 하는 나의 가식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이유는 여기에는 인생의 행복만이 아니라 아픔과 불행까지 드러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아픔만 열심히 드러내며 눈물을 흘려 대는 신파극과는 달리, 불행과 행복에 대처하는 일반적인 인간의 자세를 잘 말해 주어서이다.
인간에게 무척 커다란, 일상생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슬픔이나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불행에 대한 기억이 마음속에 너무 깊히 박혀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다. 이 때 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무기는 망각과 체념이다. 시간이 인간에게 뜻하지 않은 행복과 불행을 가져다 주는 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자기 보호 본능과 맞물리면서 그를 살게 한다. 인간이 나이가 들어 가면서 “강해진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이렇게 비굴한 방어에 익숙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 속에 커다란 가시가 수없이 박혀 있는 중에서도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처럼 서로 유머를 나누고 시시한 일상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복 추구의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서는 때때로 찾아오는 행복의 시간에서, 극중 은호의 말처럼 “염치없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 끝에는, 결국 언제나처럼, 지금 이 시간을 진심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의 나레이션이 이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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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은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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