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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choose 2”.com
수강신청을 하러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포스터를 봤다.
그냥 MIT에 있는 특이한 동아리 이름 중 하나겠거니 하면서 지나쳤는데 다시 이런 포스터가 보였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형이 설명해 주기를, MIT에서 만든 matchmaking(짝짓기?) 사이트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 즉 “n choose 2” 란 전체 학생들 중 잘 어울릴 것 같은 2명을 골라 추천하라는 의미이고,
, “i choose u (I choose you)” 라는 것은 자신이 직접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찍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척 MIT스럽긴 하지만 센스있는 이름이라 감탄하며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말 그대로 어울리는 두 명을 추천하거나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찍을 수 있는데,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거부한 경우에는 서로에게 알리지 않고 모두 OK 했을 경우에만 주선자와 당사자 두 명에게 알려준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MIT와 하버드 커뮤니티 내에서만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MIT와 하버드 동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자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학부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 Facebook도 relationship status를 알려 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볼 때마다 IT계열의 창업은 적성만 맞다면 참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귀향(?)
한국에 도착한지 이틀째.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지난 네 번의 방문과는 많이 다르다.
아직 사람들을 안 만나서 그런지 여기 왜 왔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이틀동안 까페에서 공부하는 척 하면서 빈둥댔던 건 똑같고, 달라진 점이라면 주변 사람들 잡담이 더 잘 들릴다는 것 정도뿐.
쉬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나마 남아 있던 학교라는 끈에서 멀어지면서 사는 이유를 아예 잃어버린 느낌이 강하다. 그동안 잃은 것들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에 친구가 나에게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라고 해준 말이 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지 방향을 전혀 모르겠다는 점이 새삼 심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으면 많았지. 너무 시니컬해져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여 놀랐다.
물론 (계절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면) 문제는 나의 게으름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잃은 것은 아니니까 아직은 가망이 있다.
나윤선 – Enter Sandman
나윤선의 엔터 샌드맨이라니… 새 앨범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이 분은 내가 지금까지 라이브를 들은 모든 가수들 중 노래를 가장 잘 하는 분이다. 콘서트를 세 번 갔는데, 마지막으로 갔던 콘서트 사인회에서 친구가 “저희는 지난 번에 뵈었을 때랑 많이 달라졌는데 누님은 그대로시네요” 라고 말을 걸자, “무슨 소리야. 누님은 많이 늙었지 이제..” 라고 그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42세. 의정부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나윤선 퀸텟을 처음 보고는 흥분에 가득 차서, 포차에서 소주잔을 놓고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랑 결혼하자고 친구와 다짐했었는데…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