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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하기

15Nov10
  1. 살면서 어떤 시련을 겪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시련 자체가 주는 고통도 문제지만, 이후에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모두 그것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노력하면 바꿀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지라도, ‘왜 나에게만 계속 힘든 일들이 닥치는가’ 따위의 생각으로 자기 연민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동시에 그 시련을 준 사건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용서가 필요하다. 여기서 ‘용서’라는 단어에는 자신에 대한 용서도 포함된다.

  2.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은 필수적이다.

    사람은 일정한 나이를 넘어서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에 제한선을 두게 된다. 가끔씩 그 선을 넘어가는 커다란 변화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과거의 자신이 남긴 기록만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일기를 썼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If you fall

24Oct10

지금은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새벽.

침대에 누운 건 세 시였는데 오랜만에 잠을 못 이루는 밤이다. 최근에 거의 쓰지 않던 EX90 이어폰을 귀에 꽂아 놓고 있는데 작은 피아노 반주 한 음까지 다 가슴에 와 닿을 만큼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오늘 잠을 자는 건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저녁 때 나름 고강도로 운동도 했는데 왜 이런거지.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는 또 왜 이런거야.

And if you fall, will you get up
Stuck in a dream, will you wake up
And if you’ve found love will you hold on to it
And if it’s cold, will you stay warm
Drift too far, will you swim towards the shore
And if you’ve found love will you hold on to it

가슴이 조금 답답한데, 능력에 비해 자존심이 강한 편이어서 이 곳에도 지금 느끼고 있는 허탈함과 좌절감을 솔직히 인정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블로그에 일기스러운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누군가 알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신을 잘 포장해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우스운 일이긴 하다.

포기, 놓아버리기가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계속되어서, 이러다 모든 걸 놓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당장 내일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비교적) 순수한 아쉬움이 마구 솟아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닐거다. “어쩔 수 없는 것”과 “바꾸어야 하는 것”의 경계를 어디로 해야 할지 찾지 못 해서 아직 헤매고 있다. 확실한 것은 어딘가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빨리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인 성숙함을 갖는 것.

밥 하기는 귀찮고 새우 파스타는 좀 지겨워서 오랜만에 버섯 쇠고기 스파게티를 해 봤는데,

운 좋게 양념소스들의 비율이 딱 맞았는지 너무 맛있었다.

재료: 스파게티면, 양파, 버섯, 다진 쇠고기, 소금, 허브맛 솔트, 후추, 그리고 Bertolli’s Vidali Onion with Roasted Garlic Pasta Sauce

거기에 며칠 전에 사둔 리즐링이 한 병 있다는 사실을 다행히 기억해내서 예상치 못 한 즐거움을 누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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