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Page 24
노래하면서 피아노 치기
어렸을 적 딱 일 년 동안 음악 시간에 피아노 반주를 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그 때 실기 시험 중에서 노래하는 시험이 있었는데 가사를 2절까지 모두 외워서 불러야 하는 시험이었다. 내 차례가 되자 선생님이 그냥 반주를 하면서 노래를 하라고 하셨고, 그 때 따지기 좋아하는 친구 하나가 “태동이는 악보를 펴놓고 가사를 보면서 부를 수 있으니 불공평한 것 아니냐” 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 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할 때 아주 어려운 과정 중 하나가 노래를 하면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보다 어렵게 시험을 보는 것이다.”
물론 중학교 1학년 음악 시간에 하는 반주래봐야 멜로디를 그대로 치고 왼손으로 간단한 화음을 쳐 주는 것 밖에 없었으니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 했었고, 마침 노래 가사도 제대로 못 외우고 있었던 터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실기 시험을 봤다.
고등학생 때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제서야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했다. 그 때 조규만의 ‘다 줄거야’ 라는 곡을 무척 좋아했었는데 어렵게 3단 악보를 구해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해 버렸다.
그래서 아직도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건 나에게 희망사항으로만 남아 있다. 피아노 반주로만 이루어진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아서 들을 때마다 제목을 적어놓고 악보를 찾아 놓지만 지금까지 하나도 제대로 완성시킨 곡이 없다. 아무리 별 것 아닌 반주라도 노래를 시작해 버리면 손가락이 갑자기 버벅거리고 목에서도 이상한 음정이 나와 버려서 스스로 민망해서라도 이내 포기하게 된다.
요즘 들어 부쩍 피아노 치는 시간이 늘고, 전에는 절대 못 칠 거라고 생각했던 곡들을 몇 개 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이 생겼는지 다시 노래하면서 피아노 치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계속 실패했던 이유가 너무 무식하게 덤벼들기만 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다가 다음과 같은 조언을 찾았다.
How to Sing and Play the Piano at the Same Time
Step 1. The first thing you will need is a piano or keyboard, a microphone and a PA system. You can hook the keyboard and the microphone to the PA system so that you are can hear yourself singing.
Step 2. There is this “thing” that happens when we try to play the piano and sing at the same time. I am sure you have experienced it. When you sing along with the car radio, your voice is strong and on key, and when you play the piano, you hit every note, but put the both together and it doesn’t work. You either sound like Lucille Ball or your playing goes all to heck. What is going on? Well, you have spent years concentrating on just the piano, in fact, we are taught to concentrate just on how we are playing. Soon as you start to concentrate on singing, then your playing gets mixed up and you get out of time, and if you concentrate on your piano playing then your singing is not very good. Add reading the words to the mix, and it sounds like an embarrassing mess.
Step 3. So, what do you do? First you have to learn each part independently. Start by memorize the words to the song. You don’t really have to start with all the verses if you are anxious to give it a try, just memorize the first verse.
Step 4. Now, play the piano part, but not all the piano part, just chords instead of the melody. This is the trick to help you to learn how to concentrate on both things at the same time. Try using both hands to play the chords. Hum along as you methodically play a chord to the beat of the music.
Step 5. Now, this time around, start with your chords and start singing the song, using only your voice as the melody.
Step 6. Next time through, the chords again, and singing along, but at the end of each verse, fill in with piano music. Play chords while your voice is the melody, and at the end of the verse let the piano take over.
Step 7. Fourth time through, give an introduction and then let your voice lead as you begin the song by playing simple chords. Add some melody with your right hand, but just occasionally. Remember your voice is the lead and the piano playing is the accompaniment.
Step 8. Practice every single day and you will start to get the hang of letting your voice lead and then when to let the piano playing take center stage. Listen to some Elton John for an example. You will now be able to hear him tone down his piano playing while he is singing and then punch it up between the verses.
from http://www.ehow.com/how_4517493_sing-play-piano-same-time.html
중요한 부분만 정리하면,
- 처음에는 전체를 다 연주하지 말고 화음만 치면서 노래를 불러라.
- 그 다음에는 똑같이 하되 절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아노 연주로 옮겨가라.
- 마지막으로 전주 부분은 제대로 연주하고 노래가 시작하면 화음만 치면서 오른손으로 가끔씩만 멜로디를 넣어라. 목소리가 리드하고 피아노는 따라가기만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첫 번째 목표는 이적의 ‘다행이다’ 와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물론 이은미 노래는 한 옥타브 낮춰서 불러야 할테고, 제대로 부르기도 힘들겠지만 피아노 연주 부분이 좋아서 포기하기가 힘들다. 이번 학기 중으로 둘 중 하나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제대로 완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아노
어떤 선배의 말처럼 방에 악기가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얼마 전에 큰 마음을 먹고 디지털 피아노와 스탠드, 그리고 페달까지 주문하고 거의 4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다.
요 며칠간 하루에 몇 시간씩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을 때도 가끔 피아노 생각이 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OST를 며칠 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걸 어떻게 치나 싶었는데 이제는 적당히 들어줄 만하다. 쇼팽 녹턴 op. 9 를 출력해 놨는데 아직은 제대로 시도하지 못 했다. 녹턴은 치려면 좀 제대로 치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쇼팽 발라드는 (정말 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포기하더라도, 녹턴 하나는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op. 9 말고도 좋은 것들이 너무 많더라.
다행히 세상에는 좋은 피아노 곡들이 너무 많고, 그 중에 나의 둔한 손으로 칠 수 있을만한 것들도 많아서 이런 곡들만 연습해도 한동안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피아노를 사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덤으로 밤에 연습할 때 필요한 헤드폰이 없어 가격대 성능비의 최강자라는 평을 듣는 KOSS KSC-75 을 주문했다. 엉성한 디자인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플라스틱 재질에 많이 실망했지만, $14 짜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수 없는 음질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들 때문에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은둔생활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이다. 🙂
2010 벤쿠버 올림픽에 대한 잡담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올림픽을 열심히 챙겨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동계 올림픽을. 타지에서 보는 첫 번째 올림픽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퀄을 끝낸 다음 학기라 마음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학기에 내 방에 새로 입주한 32인치 FULL-HD TV의 위풍당당함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미친” 올림픽이 아닐 수 없다. 충격적인 이승훈의 은메달로 시작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결과는 상상치도 못한 즐거움을 주었고, 수학과 개강파티 겸 내 생일 파티가 있었던 지난 주말에는 Team America 의 영웅 아폴로 오노 덕분에 아주 흥분되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나란히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 진출한 캐나다 선수 형제들의 부족한 형제애가 아주 실망스럽기는 했다. 한 명만 희생했으면 너희가 동메달을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 오늘 오후 두 시(미국 동부시간), 내가 Kostant’s partition function 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가야만 했을 때에도 스피드 스케이팅의 영웅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남자 10000m 금메달을 가져갔다.
오늘은 WSJ에서 이야기하듯 ‘김연아의 밤’. 지금도 NBC 뉴스에서 “Coming up Yu-na Kim” 이라는 자막을 5분에 한 번씩 내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WSJ의 2월 23일짜 기사 “On Tuesday in Vancouver, It’s Kim Yu-na’s Night” 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Ms. Kim’s success has forced her into the crucible of national heroes in South Korea—a country where celebrity mixes with a combination of ardent patriotism and insecurity about the country’s reputation. Her popularity with Koreans is elevated by her beauty, her humility in public and an impression that figure skating has long been dominated by athletes from bigger, wealthier countries. Perhaps only Canada’s hockey teams could appreciate the pressure on Ms. Kim to win.
“국민들의 유명인사에 대한 인식에 항상 격렬한 애국심과 국가의 명성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섞여있는 나라.”
(참고로 김연아의 부담감이 캐나다 아이스 하키 팀에 비유된 이유는, 하키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캐나다가 미국 팀에 패배해서 다음 독일과의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탈락하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다.)
미국인 기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꼬집어 내는 것이 신기하면서 부끄럽지만 뭐 할 수 없다. 이런 면이 올림픽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니까. 다만 기대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맥주 한 병 마실지언정, 선동적인 인터넷 뉴스 기사에 댓글 하나 추가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어린 체육 선수들이 이루어낸 놀라운 결과를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어쩌면 지금처럼 올림픽 보느라 공부 안 하고 멍하니 있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