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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rve Force TD그 날이 왔다.

원래 내 전역일은 2월 9일인데 연휴가 낀 관계로 어제(5일) 전역식 및 전역신고를 하고 나왔다. 사실 한 달이 넘도록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모를 느긋한 생활을 한 탓에 제대했다고 별로 달라진 점은 없지만, 그래도 어제 전역식 때 함께 입대했던(함께 훈련소 생활을 하며 우리는 언제 제대하냐고 같이 한숨을 쉬었던) 동기들과 그동안 고생했다, 열심히 살자, 연락해라 등의 인사를 나누고, 오는 길에 부대의 근무지에 들러 같이 일했던 미군, 카투사, 민간인, 공군 부사관들과 하나하나 작별의 인사를 하고 나니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생각만큼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솔직한 말로 병장 달고부터 군대에서 조금씩 마음이 떠나면서 근 몇 달 동안 군 생활에 소홀했었지만 지금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은 시간이었고, 돌아보면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훨씬 많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학교 생활에서 배운 것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군대에서 배우고, 보고, 느꼈다.

학교 개강이 2월 11일로 앞당겨져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바로 학교로 복학하게 되었다. 군 복무 중 가끔 대전에 놀러갈 때마다 느꼈던 것인데, 이 년 전까지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카이스트 캠퍼스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사실 변한 것은 학교가 아니라 내 마음인지도 모르지만). 과연 이 낯선 곳에서 꿀 같은 내 대학 생활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비록 한 학기 뿐이지만 예전만큼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십대의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서 안타까움에 숨이 막힌다. 후회없이 오늘을 살자. 후회없이.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버퍼링스가 YouTube에서도 인기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이거 재밌네ㅋ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노래도 잘 하고

(동영상을 재생하기 전에 왼쪽의 BGM플레이어를 stop 해주는 센스)

그녀의 연인에게 – K2

남자답게 – Fly To The Sky

시한부 – V.O.S

안되나요 – 휘성

슬픈 영혼식 – 조성모

Timeless – SG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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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즈가 힐러리 클린턴의 손을 들어 줬다.

1월 25일자 신문 사설(Editorial)에서 뉴욕 타임즈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존 매케인을 추천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 보면 (주로 관심을 가지는 민주당 부분만), 우선 신문은 현재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를 꼽는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 모두 의미있는 일이지만 ‘최초의 무엇’이라는 것이 후보를 고르는 데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한다. 그리고 클린턴과 오바마 모두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하면서도 클린턴의 리더십과 경험, 그리고 지적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비록 몇 가지의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빌 클린턴 재직 당시 크게 망신을 당했던  health insurance proposal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광범위한 국내외의 문제들(이라크 철군, 교육 문제 등)에 열정을 보였고 오바마에 비해 보다 구체적인 문제 분석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클린턴을 선택한 이유라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만큼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직접 보여준 일이 없고 확실치 않은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능력을 보는 것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대통령을 뽑는 옳은 자세라고.

나 개인적으로도 힐러리 클린턴을 좋아하지만(얼마 전 YouTube에서 Democratic Debate를 보고 힐러리의 말빨에 감탄한 1人) 그런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이 사설을 읽으며 감탄한 이유는 마치 ‘추천의 정석’을 보는 것 같은 유려한 문체 때문이다. 칭찬 일색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들부터 면밀히 평가하면서 가능한 반론들을 최소화한 뒤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추천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왜 나은지를 설명함으로써 읽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힐러리 클린턴이 지금 잘못하고 있는 부분들 (힐러리가 자신이 ‘최초의 여성’임을 선거 캠페인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던가, 남편인 빌 클린턴까지 나서서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인 공격을 하는 일을 삼가해야 한다던가) 을 지적하며 그녀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누군가를 추천해야 할 때 이 글을 한 번 읽어보고 글을 쓴다면 좋은 추천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때 국내 언론사들이 보여준 태도와 무척 비교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솔직하고 단호한 결론(“strongly recommends – 강력히 추천”)을 내리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 태도를 국내 언론사들이 좀 배웠으면 한다.

기사 원문을 읽으려면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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