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22. 생일. 논산)
생일이다. 앞으로 생일 하나만 더 지나면… 전역할 수 있다. 생일이라고 괜히 우울해하지 않으련다. 생각을 버리고 몸만 움직이자. 그러면 시간이 빨리 갈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나오는 ‘나의 침실 여행’을 생각해 보자. 주위의 사물·사람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총검술 훈련을 시작했다. 총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쓰잘데기 없는 총검술 자세를 하나하나 따라하는데 구분동작으로 멈춰있을 때마다 팔과 손목이 끊어지는 듯 했다. 오늘은 그래서 다들 피곤해한다. 다행히(정말 다행히) 오늘은 불침번이 없더라. 그리고 저녁먹고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왔다.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련다. 하하.
아까 분대장에게 오늘 전화 한 통 시켜달라고 얘기는 해 놨는데 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못 했다) 까먹었으려나… 뭐 아무려면 어떠냐. 앞으로 계속 오게 될 생일이고, 또 앞으로 계속 볼 내 가족이고 여자친구니까. 오늘 하루 아무려면 어떠냐. 쓸데없는 우울함은 버리려 노력중이다. 아까 저녁 땐 사실 좀 우울했다. 생일에 170개 그릇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크.
인간의 적응력은 정말 무시할 수 없다. 나도 여기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손과 발의 살들이 점점 굳어지고 근육이 점점 단단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지금의 훈련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고 과거의 재밌었던 추억으로 남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러리라 믿는다. 훈련병, 이병, 일병을 거치는 것도 분명 모두 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무실에 있는 책 한 권을 보았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그것을 읽어보려 한다. 아는 선배의 조언을 되새기고 있다. 군대에 적응하면서도 ‘나’의 본분과 본질을 잊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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