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오마에 겐이치라는 작가가 (“난문쾌답” 중에서) 말하기를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딱 3가지,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효과 없는 방법 중에서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 있다고.
직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현재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집을 옮기지는 않겠지만 이직은 위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일이다. 일하는 공간은 사는 공간 만큼 중요하니까. 원래는 입사 후 3년 정도 되면 옮길 계획이었는데 이제 5년이 다 되어가니 계획보다는 많이 늦어진 셈이다.
기대가 많이 된다. 운이 좋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MIT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관심 있는 세미나를 들으러 일과 시간에 갔다올 수 있는 점도 좋다. 입사 첫 해에는 휴가가 많이 없을 것이라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한동안 마음 한켠에 삶이 정체된 느낌이 있었다. 다른 여가 활동이나 인간 관계에서 결핍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고,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관심있는 것들 간의 괴리에서 오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새로운 직장이 문제를 전부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율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초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는 보스턴을 떠나도 괜찮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처음 보스턴 생활을 시작했던 학교가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너무나 익숙한 장소, 가만히 있어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알아서 나를 찾아오는 최적의 배움의 장소, 한편으로는 이제 아는 친구들이 손에 꼽을 정도인 쓸쓸한 장소. 이 공간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까. 꽤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기에 당장은 내가 사는 집과 주변 환경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일수도 있겠다.
노스텔지아에 빠지지 않기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기를, 그러면서도 너무 느리지 않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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