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패닉의 ‘달팽이’ 때문에 잠시 옛날 생각에 잠긴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당시 우리 반의 젊은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교육 철학이 확실하고 특히 아이들의 감성 발달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이셔서 수업 중에도 사색하는 시간,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시간 등을 많이 가지곤 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김종서의 ‘겨울비’를 틀어 놓고 창 밖을 보며 앉아 있기도 하고, 수업 시간이 남으면 서태지와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재미있는 분이셨다.
어딘가로 소풍을 가던 날, 버스 안에서 담임 선생님이 한 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자고 제안하셨다. 그 때 내 맞은편에 한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그 아이가 이 ‘달팽이’를 불렀다. 얼굴이 아주 예쁘지도 않고 그 전까지 나랑 별로 이야기해 본 적도 없던 그야말로 평범한 아이었는데, 그 아이가 이 노래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그 아이에게 반해 버렸었다. 그렇게 소풍을 다녀오고 나서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은 금방 사라졌지만 이 노래는 계속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이후 혼자서 이 ‘달팽이’를 들을 때면 철없이 뛰어놀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얼굴이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반 친구들, 그 친구들은 분명 지금은 그 때처럼 순수하고 맑은 모습은 아닐 거다. 담임 선생님도 지금은 열정으로 가득찬 젊은 선생님의 모습은 아니시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 때처럼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그때도 과연 순수했을까
5학년은 많은 것들을 알고있는 나이라고 ㅎ
5학년때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