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는 낭만적 사랑을 결코 믿지 않을 만큼 먹고사는 문제에 짓눌려 있지도 않았지만, 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전혀 거리낌 없이 복잡하게 얽혀들 만큼 자유롭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정서적 욕구와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는 곤경에 처한 부르주아는 '영원한 서약을 단 한 사람에게 합법적으로 투자하여, 그로부터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자 갈망하기'라는 빈약한 해법을 찾아냈다.
부르주아의 이상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다. 로맨스와 에로스, 그리고 가족이라는 세 가지 황금요소를 완벽하게 융합시킨 결혼도 당연히 있다. 종종 냉소주의자들은 행복한 결혼은 신화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섣불리 치부하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긴 해도, 궁극의 결혼은 분명 존재한다. 결혼이 우리의 소망에 부응하지 말아야 할 형이상학적 이유 같은 건 없다. 다만 상황이 우리에게 몹시 불리할 뿐이다.
-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 한 남자".